커피리브레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커피 수업을 듣던 시절이었다.
그때 강사님에게 “커피 관련 책 중에 추천할 만한 게 있나요?”라고 물었고, 곧바로 “커피리브레 책 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그 책은 각 분야(생두, 로스팅, 브루잉 등)가 전문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마치 논문을 읽는 것처럼 깊이 있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당시의 나에게는 가격도 부담스러웠고, 내용도 초보자가 보기에는 꽤 어려웠다. (기초적인 커피 공부를 마친 후, 더 심도 있게 알고 싶을 때 추천할 만한 책인 것 같다.)
이후 로스팅 수업을 들으면서, 커피리브레가 소량 생두를 판매하는 브랜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원두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직접 볶고, 추출해보는 경험까지 열려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1. 커피리브레는 어떤 브랜드일까?
커피리브레는 2009년, 서필훈 대표가 설립한 대한민국 1세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중 하나다.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좋은 원두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산지를 방문해 생산자들과 거래하고, 생두를 수입하고, 로스팅까지 직접 한다는 점과 ‘커피 한 잔’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브랜드가 책임진다는 인상을 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철학은 바로 ‘얼굴 있는 커피’라는 슬로건이다.
커피 포장지에는 그 원두를 재배한 농부의 이름과 얼굴이 담겨 있는데, 이건 단순히 마케팅이 아니라,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며 그 뒤에 있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 복면을 쓴 레슬러는 영화 나쵸 리브레의 실제 인물, ‘프라이 토르멘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낮에는 수도사, 밤에는 아이들을 위해 레슬러로 활동한 인물로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은 따뜻한 그 이미지가 커피리브레가 지향하는 정신과 맞닿아 있다.
2. 커피리브레다움은 어디에서 느껴지는가?
커피리브레 매장들을 찾아보며 외관 사진을 살펴보다가 의외로 감각적이고, 외국 느낌이 나는 공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예쁘다는 인상이 남기도 전에, 그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던 건 “이 브랜드는 커피 자체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매장에서 푸어스테디라는 자동 드립 머신을 사용한다는 걸 알았을 때, 처음엔 조금 의외였지만, 곧 고개가 끄덕여졌다.
보통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면 ‘사람이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리브레는 오히려 '누가 내리느냐’보다 ‘어떤 커피를 내리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처럼 느껴졌다. 좋은 원두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된 커피 맛을 전달하겠다는 믿음 푸어스테디는, 그 믿음을 구현하는 도구처럼 보였다.
커피리브레는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그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브랜드였다.
책 한 권, 생두 한 봉지, 그리고 온라인으로 보이는 매장 사진만으로도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든 브랜드라는 게 느껴졌다. 이 다음에 커피리브레 매장을 직접 찾게 된다면, 그 커피 한 잔이 어떤 인상을 남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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