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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노트

36. 카페 탐색 – 베트남 커피, 콩카페

by tlsp2 2025. 4. 6.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어딜 가든 카페에 먼저 눈이 간다.
이번에 다녀온 ‘콩카페’는 베트남 스타일 커피를 표방하는 곳이었지만, 처음 들어섰을 때 “베트남 같다”는 인상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눈에 띄었던 건, 일반적인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는 점과 대신 매장 한쪽에는 ‘핀(Phin)’이라는 추출 기구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이 낯선 풍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여긴 뭐가 다르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도 사람들이 콩카페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베트남 감성’ 때문이 아니라, 베트남식 전통 추출 방식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 베트남 전통 추출 방식 – 핀 커피

‘핀(Phin)’은 베트남 전통 커피 추출 기구로,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레스형 커피기구에서 유래한 방식이다.
가늘고 작은 구멍을 통해 커피가 천천히 드립되며 추출되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보다는 가볍고, 일반 핸드드립보다는 묵한 바디감을 만들어낸다.

추출 속도는 느리지만, 그만큼 원두 고유의 향미가 차분하게 우러나며 콩카페만의 개성이 담긴, 조금은 낯설지만 특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2.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라떼

 

예전에 세부 여행에서 마셨던 연유 커피는 로부스타 특유의 진한 맛과 단맛이 확 살아 있어서 마시자마자 ‘아, 이게 베트남식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비슷한 진함을 기대했는데, 실제로 마셔본 콩카페의 커피는 훨씬 부드럽고 연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보리차 같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였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연한 맛과는 다르게 카페인 함량은 꽤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핀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는 아라비카보다 카페인 함량이 2배 가까이 높고, 천천히 추출되다 보니 추출 시간에 따라 카페인도 더 많이 우러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시고 나서 은근히 각성 효과가 오래가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느낀 콩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추출 방식’을 체험하는 공간에 더 가까웠다.

맛 자체는 예상보다 연했지만, 핀이라는 추출 방식과 로부스타의 조합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이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진한 연유가 들어간 베트남식 커피나 코코넛 커피도 꼭 한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색다른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그리고 베트남식 감성을 경험하고 싶을 때, 콩카페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